노동자지원센터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내가 근무하는 고양시노동권익센터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고양시노동권익센터는 ‘고양시노동권익센터 설치 및 운영과 관한 조례’에 따라 설립했다. 2021년 10월부터 (사)한국노동조합총연맹경기도지역본부가 운영하는 기관으로 고양시에서 노동상담 및 법률지원, 노동인권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먼저 우리 센터는 지난해에 388건의 노동상담을 진행했다. 이 중 사용자가 요청한 7건의 상담을 제외하면, 381건이 모두 노동자들이 요청한 상담이다. 그렇다. 우리 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한 사람들 대부분은 노동자다. 사용자는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들을 근처에 두기 때문에 우리 센터에 도움을 구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노동자는 다르다. 사용자보다 지불능력이 부족해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쉽게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기 어렵다.
나아가 우리 센터는 직장에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에 대한 심리상담도 지원한다. 전문지식을 갖춘 심리상담가들이 노동자 1명당 주 2회의 집중상담을 통해 그 노동자가 다시 노동시장에 나갈 발판을 마련해 준다. 직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직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센터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다.
우리 센터는 지난해에 법률지원도 30여건 정도 진행했는데, 우리 센터에서 지원한 노동자 대부분이 성공률이 낮거나 사건가액이 적어 전문가들이 거절하는 분들이다. 지난해에 진행한 청소년 사건의 경우 임금체불액이 20만원으로 지원을 할 만한 전문가가 없었다. 우리 센터는 이처럼 전문가들이 맡기 어려운 사건들을 집중해서 지원하고 있다.
우리 센터가 노동교육에서 집중하는 부분은 단순한 노동법 지식이 아니다. 노동을 경제적·역사적·문화적으로 재해석해 시민들의 교양과 노동의식을 고양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 센터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성공회대의 노동아카데미 강사들을 초빙해 강의를 진행한다. 학창 시절에 노동을 배운 적이 없는 시민들이 단 10주간의 노동대학을 통해 노동에 대해 고민해 보고, 미래세대를 위한 행동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다.
그리고 우리 센터는 전국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이동노동자 쉼터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대리기사·배달기사 등 특수고용직은 사용자에게 휴게공간을 요청할 수가 없다. 한 대리기사는 휴게공간이 없어서 주로 건물의 비상구에 앉아서 대기를 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들이 잠시라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정비사업, 재해예방을 위한 노동안전 지킴이, 현장을 실태조사하는 노동권익서포터즈 등 우리 센터가 하는 일은 많다. 이런 활동은 우리 센터처럼 노동자지원센터가 아니라면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전국의 모든 노동자지원센터가 운영기관의 차이 정도만 제외하면 모두 노동자와 사회의 취약계층의 최소한의 기본권을 위해 운영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노동자 지원사업을 하기에 칭찬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바뀌고 정책 노선이 변경되자 노동자지원센터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고양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현재 운영되지 않고, 고양시 바로 옆 김포시노동권익센터는 위탁기관을 선정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2014년부터 셀 수 없이 많은 노동자에게 도움을 주던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예산이 대폭 삭감됐으며. 하루에 40명 이상 이용하던 강동구 이동노동자쉼터는 5월 폐쇄가 예정돼 있다.
노동자는 정당한 권리행사를 통해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며, 노동자지원센터는 그러한 노동자의 권리행사를 돕는다. 그런데 지금처럼 노동자지원센터가 설 자리를 잃어 간다면, 노동자들의 권리행사도 제한될 것이다. 그 결과는 당연히 살아남기 어려운 대한민국으로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