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노조 정보통신도로유지관리지부


고속도로 하이패스와 긴급전화, 터널관리시스템 같은 지능형 교통체계(ITS) 유지관리와 고장 수리업무를 담당하는 한국도로공사 용역노동자들을 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용역노동자들은 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할 방침이다.

8일 한국노총 공공노련에 따르면 지난 5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공사 ITS 유지관리와 고장 수리업무를 담당하는 ㄷ사를 비롯한 5개 용역회사 노동자 93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노동자들이 2018년 5월31일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이다.

노동자들이 속한 연맹 희망노조 정보통신도로유지관리지부는 공사가 직접 업무지시를 하는 등 사실상의 파견근로임에도 도급계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재판 과정에서 공사가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반복해 온 증거를 다수 제출했다.


후 통제 넘어 정기·수시 업무지시 정황 드러나

일일업무일지가 대표적이다. 업무일지에는 장비점검이 이뤄진 시각을 분 단위까지 작성하도록 하고, 시간대별 근무자 위치까지 특정해 보고하도록 했다. 심지어 점심식사를 한 위치까지 기록해야 했다.

업무를 수행하기 전 특정업무를 지시한 정황도 확인됐다. 공사 감독관이 아침 시간에 용역노동자를 모아 업무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업무내용을 보고받고 추가 업무를 지시하고 전달한 사실 등이 지사감독회의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있다. 이 밖에도 일일업무일지에 △업무수행 중 특이사항 △감독관 현장 방문시 업무지시 △휴가 사용 및 사유·대체 근로자 신상 등을 기록했다.

지부 관계자는 “상당한 수준의 지휘·명령이 존재했고, 용역업체를 제외한 노동자와 공사가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뤄 업무를 수행했다”며 “이는 도급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휴가도 공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라며 “고장 수리를 위해 부품을 교체할 때도 공사 감독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현장에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업무가 없다시피 하다”고 설명했다.


“국가 공공서비스인 고속도로 유지관리, 직접고용해야”

이들이 처음부터 용역노동자였던 것은 아니다. 당초 공사는 자회사인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을 통해 ITS 유지관리와 고장 수리업무를 했다. 그러다 2002년 공단을 민영화하면서 이들도 2년마다 재계약하는 용역노동자로 소속이 변경됐다. 공사는 현재도 8개 지역본부별로 입찰을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지부는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직접고용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지부 관계자는 “법원도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국가의 공공 서비스인 고속도로의 ITS 유지관리라는 점과 앞으로 이런 업무가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직접고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태호 희망노조 위원장은 “법원이 이들의 근로자지위를 인정한 만큼 정규직화 논의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며 “요금수납 노동자 직접고용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판결은 알고 있으나 판결문을 아직 송달받지 못했다”며 “법원의 판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