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로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은 A씨에게 2천741일간의 산재인정 기간 중 통원치료한 날인 76일만 휴업급여 지급일로 인정한 근로복지공단(사진)의 결정은 부당하다는 재심 결과가 나왔다.

14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최근 “A씨는 2011년부터 의료기관에 입원 및 외래 치료 등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며 “이렇게 많은 치료를 받으면서 취업을 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했다.

A씨는 1993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천공장에 입사해 생산직 오퍼레이터로 일한 지 2년6개월 만인 1995년 루푸스 진단을 받았다.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1998년 퇴사한 A씨는 2014년 산재급여를 신청했고, 근로복지공단 부천지사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산재기간을 인정했다. 하지만 “저림증과 피부발진 소견으로 이들 증상은 불편하기는 하나 일상적인 활동이나 업무에 지장이 주는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는 주치의 소견을 근거로 통원치료일 76일만 휴업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A씨는 공단의 판정에 불복해 재심사를 청구했다. A씨는 2006년부터 취업을 하지 못한 채 가족의 보살핌을 받아온 데다 2012년 뇌경색을 진단받아 장기요양등급 3등급을 진단받기도 했다.

산재재심사위는 지난 2일 재결서를 통해 “승인상병(루푸스) 자체는 매우 위험한 질병임이 분명하고 의학영상자료 등 객관적 자료상으로도 청구인에게 승인상병과 관련된 부작용이 계속해 나타난 것이 확인된다”며 “청구인은 휴업급여 청구기간 전체에 대해 취업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의학적 소견”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A씨는 전체 재해 인정 기간 동안의 휴업급여를 지급받게 됐다.

조승규 공인노무사(반올림)는 “근로복지공단이 휴업급여 지급에서 재해자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을 바로잡은 판정”이라고 평가했다. 조 노무사는 “루푸스나 암처럼 산재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병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재해자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났다”며 “휴업급여 지급시 일할 수 있는 상태를 너무 넓게 보는 문제를 해결하고, 재해자를 고려한 휴업급여 지급기준을 마련하는 등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