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임금체불로 고통받은 노동자는 41만명에 달한다. 임금체불액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2019년 1조8천931억원으로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이는 68만명이 사는 천안시의 전체 예산액과 맞먹는 규모다. 그런데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6천393억원으로 전년대비 11% 줄었다. 피해 노동자 규모도 30%(18만여명) 줄었다. 코로나19로 경제충격이 심각한 가운데 나온 결과다. 이유가 뭘까.

참여연대는 9일 내놓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10가지 제안’ 이슈리포트에서 실제로 임금체불 피해가 줄었다기보다는 근로감독이 전년대비 80% 감소한 데 따른 착시효과라고 분석했다. 참여연대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임금체불 신고사건과 근로감독 사건 추이를 살펴봤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임금체불 규모보다 크다. 노동부는 임금체불통계를 낼 때 근로감독 사건을 제외한 체불노동자의 신고사건만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근로감독으로 적발되는 체불 피해 규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노동부는 2만5천415개 사업장을 감독해 24만3천921명의 노동자가 총 1천174억원의 임금체불을 당한 사실을 적발했다.

근로감독으로 적발한 임금체불 규모를 감안하면 지난해 전체 임금체불 감소는 착시효과라는 것이 참여연대 분석이다.

지난해 근로감독 실시 사업장은 5천740곳으로 지난해 2만5천415곳의 5분의 1에 그쳤다. 근로감독이 줄면서 이에 따른 임금체불 피해 적발도 감소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근로감독으로 드러난 임금체불 피해노동자는 11만9천410명(체불금액 총 563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근로감독 실시 사업장이 전년에 비해 5분의 4가 감소했는데도 피해노동자수와 피해액이 전년대비 절반정도만 감소한 것은 그동안 봐주기식 근로감독이 만연했거나 지난 한 해 코로나19로 실제 현장에서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조은 참여연대 간사는 “지난해 임금체불 감소는 근로감독이 줄어 임금체불 적발도 줄어든 착시효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보고서에서 임금체불 피해를 줄이려면 피해노동자가 사업주 처벌을 원치 않으면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는 반의사불벌 적용 폐지를 주장했다. 또 퇴직 피해자에만 적용하는 지연이자제를 재직자까지 확대하고 미준수시 처벌조항을 도입하는 등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금체불 통계도 근로감독사건까지 포함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