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창궐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온라인 비대면 대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고, 대면 소상공인과 고용불안 계층은 소득을 상실하는 ‘재난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재원 확보 방안으로 재난특별연대세 같은 한시적 증세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일 한국노총은 초과이익공유세 도입을 뼈대로 하는 ‘2021년도 세법 개정안 건의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기업들이 위기 극복과 사회연대를 위해 법인세와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에 부가세(5% 이상)를 한시적으로 부과하자는 주장이다. 지난해 주요 대기업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29.6%, 현대자동차 40.9%, SK텔레콤 21.8%, 카카오 121%, CJ가 5.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부익부 빈인빅 재난 양극화 ‘뚜렷’
지난해 이들 기업들은 정부의 강도 높은 방역조치로 경제활동을 방어한 덕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행정조치로 다중이용시설 업종의 소상공인이나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같은 소득불안정 계층은 소득 상실을 경험하거나 일자리를 잃어버려 생계위기에 내몰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소득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59만6천원으로 전년 대비 13.2% 하락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는 1.8% 증가한 721만4천원을 기록했다.
한국노총의 초과이익공유세는 정의당의 재난특별연대세와 유사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정의당은 ‘재난 특수’를 누린 개인도 과세하는 방안이 담겼다. 지난해 11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등 3개 법률 개정안은 소득이 크게 증가했거나 높은 소득이 있는 기업과 개인에 사회연대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2022년 과세연도 귀속분까지 추가 과세하도록 했다. 전년보다 50억원 이상 수입이 늘어난 연수입 100억원 이상 기업 또는 전년 대비 1천만원 이상 소득이 증가하면서 연소득 7천만원 이상 버는 개인이 대상이다. 2021년과 2022년 한시적으로 5% 범위에서 추가로 세금을 걷는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은 재난관리기금과 고용보험기금에 절반씩 적립해 재해예방과 취약계층을 위해 쓴다.
재난특별연대세 요구 ‘봇물’
‘이익공유제’만 바라보는 정부·여당
참여연대도 지난 5일 △감염병 예방 방역조치에 따른 손실보상과 소득보장 및 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코로나손실보상피해지원법)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 등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3대 패키지 법안을 입법청원하면서 사회연대세 도입을 포함시켰다. 청원 소개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아 국회에 접수했다. 하지만 4월 선거를 앞두고 여당 지도부와 정부는 이익공유제 카드만 만지막거리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입법을 추진하는 ‘협력 이익공유제’의 경우 참여기업에 혜택을 주는 제도이지 증세는 아니다.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하청기업들이 사전 약정을 맺고 협력이익을 공유할 경우 인센티브로 법인세 공제율을 현행 10% 수준에서 최소 20%로 높이는 내용이다.
한국노총은 “우리나라 재정건정성은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 대비해 적극적인 재정 전략에 기반을 둔 세법 개정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 구성에 납세자를 대표하는 노동계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60명으로 구성된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계 위원은 1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