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 3기 노·사·전문가 협의회가 용역노동자 9천544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1년 하고 보름이 지났다. 그렇지만 인천공항 용역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게걸음이다. 전망도 밝지 않다.
“청원경찰로 채용한다고 한 뒤 약 9개월간 감감무소식이다 보니 퇴사하는 동료가 늘고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 자회사도 적극적으로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지 않아 어려움이 큽니다.”
15일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김대희 보안검색노조 위원장이 전한 말이다. 이들은 3기 노·사·전 협의회 결정 이후에도 공사 직접고용을 촉구했고, 마침내 지난해 6월 공사 청원경찰 직접고용에 합의했다. 그런데 이후 진척은 없었다. 관련 합의가 잘못 알려지면서 불필요한 ‘공정시비’를 겪는 사이 같은해 9월께 구본환 공사 사장이 해임됐다. 채용절차를 논의할 수 없었다. 후임인 김경욱 사장은 지난달 2일 취임했다. 공백기인 약 6개월간 관련 논의는 멈췄다.
6월 합의에 따르면 공사는 보안검색 노동자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공사를 찾아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밝힌 2017년 5월12일을 기준으로 이전 입사자를 간략한 채용절차를 거쳐 채용하고, 이후 입사자를 공개경쟁채용 방식으로 뽑을 계획이다.
경력자도 NCS 점수 낮으면 정규직 어려워
자회사는 ‘직렬 폐기’ 빌미로 탈락자 무더기 해고
문제는 탈락자다. 최대 3년간의 업무 경력을 갖고 있어도 취업준비생보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점수가 낮으면 탈락이 불가피하다. 탈락하면 자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어렵다. 실제 유사한 과정을 거친 소방대와 야생동물 관리직군 노동자 일부가 공채 과정에서 탈락해 자회사에서 해고됐다. 노동위원회는 이들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탈락했어도 자회사 정규직 지위를 잃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복직은 되지 않았다. 자회사가 이미 해당 직렬을 폐기해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공사는 오히려 ‘속도조절’을 내세우는 모양새다. 김경욱 사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직접고용은 단기간에 풀 문제가 아니다”며 “노조 등 관계자와 대화해 간극을 좁힌 뒤에야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리어 김 사장은 보안검색 노동자가 고용된 인천공항경비㈜를 비롯해 인천공항시설관리㈜와 인천공항운영서비스㈜ 경영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항 카트노동자 175명 3월 말 해고 위기
시설노동자 강도 높은 교대제 포함 현안 산적
이 과정에서 노동문제는 외면당하고 있다. 이경재 인천공항노조 사무처장은 “공사는 보름 뒤 해고될 처지에 놓인 카트 노동자에 대해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항에서 카트를 관리하는 노동자 175명은 공항과 카트 임대계약을 체결한 ㈜전홍이 도급계약 방식으로 채용한 노동자라 정규직 전환 대상에 속하지 못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공항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전홍이 3월31일로 임대계약을 종료할 계획이라 이들은 속절없이 거리에 나앉을 위기다. 노조가 지난해 12월과 지난 9일 공문을 보내 공사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간부파업까지 해던 인천공항시설관리도 문제다. 인천공항시설관리 노사는 최근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하지 못해 지난 2월께 노조가 간부파업을 했다. 이후 사용자쪽 사장이 교체되면서 교섭을 다시 재개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은 상태다. 신진희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자회사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시설 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3조2교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런 노동문제 개선에 공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어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