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안전한 현금수송을 위해 시중은행이 출자한 한국금융안전㈜이 경영위기에 빠지고 노사 갈등이 커진 지 3년째다.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와 김석 한국금융안전 대표의 갈등도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최근 지부는 김석 대표가 회사 청산을 운운한다며 총력투쟁을 선포하고 퇴진행동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쟁점을 들여다봤다.

“기업사냥꾼” vs “사냥? 안 했다”

지부의 기자회견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 ‘기업사냥꾼’이다. 김 대표는 “기업사냥을 하지도 않았고 할 계획도 없다”며 “그저 사업가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실제 그의 말처럼 그가 기업을 사고팔아 부당한 이득을 낸 사례는 없다.

다만 석연치 않은 대목은 있다. 우선 회사를 청산한다는 발언의 배경이다. 지부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부와 단체교섭이 결렬된 뒤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회의와 이사회에서 한국금융안전 청산을 언급했다. 그리고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에 보낸 공문에서도 청산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문구가 등장한다. 공문에서 김 대표는 은행에 현행 수수료율을 인상하지 않으면 사업권을 반납하겠다고 썼다.

한국금융안전이 현금수송에서 빠지면 이 사업권은 업계 2위인 ㈜브링스코리아로 넘어갈 확률이 크다. 이곳은 김 대표의 ‘사업동료’인 박철민씨가 지난해 인수한 기업이다. 박씨는 현재 브링스코리아 이사로 재임 중이다. 박씨가 브링스코리아를 인수하는 데 쓰인 자금을 동원한 곳은 에코맥스라는 투자사다. 이곳 대표는 김석 대표의 모친이다. 박홍배 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현금수송 업무를 반납해 브링스코리아에 이관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인수한 기업을 구조조정해 다시 되파는 전통적인 ‘사냥’은 아니지만, 회사 대표가 사업권을 자신과 밀접한 관련을 맺은 경쟁사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손을 떼는 새로운 형태로 볼 여지는 크다.

“노조탄압” vs “성실협의”

이런 시나리오가 작동하려면 김 대표가 고의로 노사갈등을 키웠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경영악화는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노조탄압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어려운 와중에도 지부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안전은 2019년 임금·단체교섭에서도 37억원의 인건비 증가가 예상되는 노조 요구안을 중노위 조정에 따라 회사가 수용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임단협도 3년 연속 영업적자 기록과 유동성 위기 상황 속에서 성실히 임했다고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올해 55억원의 적자가 예상돼 파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부의 14개 요구안 가운데 5건은 회사가 수용할 수 없는 상황임을 설명했음에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지부는 다르게 본다. 지난해 1월에는 단체협약으로 지급하던 업무수당도 삭감했다. 지부와 김 대표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증폭한 배경이다. 지난해 임단협도 갈등 끝에 결렬했다.

한국금융안전 위기는 당분간 지속할 걸로 보인다. 특히 문제는 외부환경 변화다. 디지털 전환으로 현금수송 수요가 감소했다. 은행의 낮은 수수료율 정책도 문제다. 박홍배 위원장은 “한국금융안전의 어려운 상황은 낮은 수수료율을 유지해 온 은행의 책임도 크다”며 현실적인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