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정기국회 회기 종료 이틀을 남겨 둔 7일 국회에서 여야가 잇따라 충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면돌파’ 의지를 밝히고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밀린 개혁법안 패키지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국회의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를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는 노동계는 국회 밖에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연 양대 노총은 “국회는 노동개악 추진을 중단하고 ILO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종법(노조법) 처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부·여당이 ILO 기본협약 비준에 힘을 싣고 있다고 판단한 노동계는 “국회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어긋나거나 현행 법·제도를 후퇴시키는 어떤 법안도 검토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대 노총 “노조법 개정, 문재인 정권 심판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 노조법 개정안 독소조항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제거되지 않는다면 ILO 협약 비준은 껍데기 비준에 불과하다”며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목표가 ‘노조법 개악’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로 결말 날 경우 한국노총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에 대한 배신행위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여당이 눈앞의 유·불리를 따지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순간 엄정한 역사의 심판대에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비준한 국제노동협약을 대한민국이 비준 못 할 이유가 없다”며 “노동후진국의 오명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그동안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줄기차게 투쟁했다”며 “현 정권이 어떤 행보에 나서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그 결과에 따라 중대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 모두 노조법 개정안이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설정에 방향타가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대표는 “노조법을 개악하면 양대 노총이 결사항전에 나설 것을 경고하고 있다”며 “진보세력까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다면 정부와 여당은 좌우협공에 주저앉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대 노총은 △비종사 조합원 사업장 출입 제한 △대의원과 임원 자격조건 규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초과 노사합의 무효화 및 부당노동행위로 규율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 △직장점거 쟁의행위 금지 조항을 독소조항으로 보고 즉각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법 여야 극한 대치
여당, 8일 오전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처리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날 오전 김현정 노동대변인 논평을 통해 “ILO 기본협약 취지를 반영한 노조법 개정과 협약 비준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노동대변인은 정부 개정안에 대해 “노동권을 제약하는 직장내 시설점거 제한과 비종사 종업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 단협 유효기간 연장 강제 등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내용의 법안은 첫 단추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은 8일 환노위 노동법안소위 개최를 앞두고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 사이에 조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에서 노동계가 지적하는 ‘독소조항’을 어느 정도 걷어 냈는지가 향후 노정관계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환노위 여당 간사인 안호영 의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8일 법안소위에서 법안을 처리하고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어 가결시키겠다”는 뜻을 밝히고 회의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변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다. 더불어민주당이 9일 정기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하겠다고 공언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등 저지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정기국회 마지막날까지 본회의장이 요동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