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대선방침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와 정책연대협약을 맺었던 한국노총은 내년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2021 정치전망과 노동조합의 과제’ 전문가 좌담회는 한국노총이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로 들어가기 앞서 몸풀기로 준비한 자리다. 2017년 구성한 정치자문위원회가 주측이 됐다. 박상훈 한국노총 정치자문위원장(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민주화 33년째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보면 한국의 노동운동은 여전히 민주정치로부터 합당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의 노동운동은 더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의원 직업 5위 ‘노동조합’
저평가된 정치역량, 어떻게 끌어올릴까
좌담회는 박상훈 위원장 사회로 정치자문위원인 조성주 정치발전소 공동대표와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이 발제자로, 정민용 정치발전소 이사와 강훈중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노동정치가 지금보다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성주 공동대표는 “21대 국회의원 출신 직업을 보면 관료 27명, 변호사 20명, 언론인 20명, 검사 15명 다음으로 노조간부가 13명으로 5위”라며 “기업인 출신이 11명인 점과 비교한다면, 노조 출신 국회의원 규모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노총 출신은 9명으로, 단일조직으로 보면 검사 다음으로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한 조직이다.
문제는 국회의원 직업별 출신 5위, 단일조직 출신 2위에 해당하는 노동정치와 한국노총이 정치공간에서 가진 초라한 위상이다. 조 공동대표는 “한국노총은 정치적 자원이 풍부하고, 조합원을 통해 동할 수 있는 정치자금 규모도 큰 데다 독자적 진보정당 노선을 고수한 민주노총과 달리 노동정치 경험이 창당부터 집권가능한 1야당과의 정당통합, 정책연대에 이르기까지 풍부하고 실질적인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경험과 자원에 비해 한국노총의 정치력은 저평가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노총 출신 의석수=한국노총 정치 역량’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조 공동대표는 “한국노총 출신 정치인이 많지만 이것이 한국노총의 노동정치 정책추구보다는 개별 정치인의 ‘지위추구’에 머무르는 한계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의 풍부한 노동정치 실험이 정치활동의 성과와 평가로 축적되지 못하고 있다는 뼈아픈 비판이다.
“한국노총 정책의제 수용도 평가지표 개발하자”
누군가의 ‘금배지’가 아니라 한국노총의 노동정치 역량을 축적하고 확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민용 정치발전소 이사는 “선거시기 수권 가능 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방침에서 문제는 선거시기가 아닐 때 정책 실행을 압박할 방법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라며 “이런 방안이 없으면 연합 대상이 진보냐, 보수냐를 넘어 어떤 정당이든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주 공동대표는 미국노총(AFL-CIO)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한국노총의 정책의제 수용 정도에 대한 양적 평가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AFL-CIO의 ‘노조 정책지지 투표 기록 지수’(COPE 점수)는 의원이 100% 노조 정책을 지지할 경우 100점 만점을 주는 식이다. 이런 점수는 정당(의원) 지지나 정치후원금 모금과도 연계할 수 있다. 거대야당과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을 공동운영하고 있는 한국노총이 대선에서는 어떤 정치방침을 정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