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삼성전자 계열사 최초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뉴삼성’으로의 변화가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 반해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나머지 삼성 계열사 교섭은 답보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14일 오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캠퍼스에서 단체협약을 조인했다. 사측에서는 김범동 인사팀장(부사장)이, 노조측에서는 김정란·이창완 삼성디스플레이노조 공동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노사는 지난해 5월26일 첫 교섭 이후 7개월 넘는 진통 끝에 지난달 22일 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최종안에는 연 9천시간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인정 등 노조활동 보장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 109개 조항이 담겼다. 노조는 하위고과 폐지를 포함한 인사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했지만 합의안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단협은 체결했지만 임금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노조는 새 연봉계약이 이뤄지는 3월 이전에 임금협약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지표 등 자료를 요구하자 사측은 ‘자료가 없다’ ‘모른다’ 등 대응으로 일관해 교섭 시작 전부터 해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가 단협 체결을 앞둔 시점에서 노사협의회가 최근 사내메일을 통해 “임금부문 TF를 구성해서 협상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4개 노조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단협체결을 위한 교섭 중인 삼성전자의 경우도 협상에 진전이 없다. 지난 12일까지 6차례 교섭을 했지만 노사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사측은 취업규칙과 노동관계법령을 명문화하는 수준의 제시안을 들고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회사는 교섭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산업안전·인사고과 등 쟁점사항을 전혀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SDI울산노조 역시 교섭이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9월부터 10차례 교섭을 했지만 사측이 사내 노조사무실 제공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김지형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언론에서 ‘삼성에 노조사무실이 생기고 노조위원장과 회사 사장이 만나 차담을 나누고 단협을 체결하는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는데 SDI 울산공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측이 이재용 부회장 선고일을 앞두고 면피용으로 교섭을 하며 시간만 질질 끌면서 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삼성이 노조와 대화하고 있는 것 같은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 행보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무노조 경영 폐기’를 약속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이 18일로 잡힌 상태여서 성실교섭한다는 모습만 홍보하고 내용 진전은 없다는 비판이다. 한국노총 삼성그룹노조연대 소속 6개 노조는 상급단체를 금속노련으로 일원화하고 삼성그룹을 상대로 조직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