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로 자리 잡은 디지털 금융의 확산을 이유로 은행이 적극적인 점포 폐쇄에 나서다가 경쟁에서 도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디지털 금융이 은행의 이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금융노조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노조사무실에서 은행의 점포 축소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금융노동포럼을 열었다. 발제를 맡은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은행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과가 공통적으로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009~2019년 인터넷·모바일 뱅킹 이용실적 늘었지만…
조혜경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최근 10여년 동안 인터넷·모바일 뱅킹 이용실적이 빠르게 늘었다. 2009년 일평균 3천424건이던 자금이체 건수는 2019년 1만2천346건으로 늘었다. 대출신청도 2009년 2건에서 2019년 14.8건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국내 은행 구조상 이런 실적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은행의 이자이익 원천인 대출영업은 표준화가 용이한 우량 개인 신용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로 한정되고, 기업 여신은 대면심사가 필수라는 점에서 디지털 채널이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상품 판매 영역은 소비자 보호 및 판매 규제로 대면 서비스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모바일 뱅킹의 제약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은행권은 점포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6~2019년 사이 7천103곳이던 지점(출장소 포함)은 6천584곳으로 519곳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은행노동자도 8만4천450명에서 8만812명으로 3천368명 줄었다.
점포 축소는 되레 은행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한국씨티은행이 대표적이다. 씨티은행은 2010년 217곳이던 점포를 지난해 9월 기준 43곳으로 대폭 줄였다. 이 기간 동안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2010년 3천156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9월 기준 1천611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진창근 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대규모 점포 축소와 디지털 금융 가속화는 고객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차단했고 그 결과 접근성을 추구하는 고객은 경쟁 시중은행으로, 가격·편의성을 추구하는 고객은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이탈했다”며 “이는 씨티은행이 금융생태계에서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현재 씨티은행은 수익성과 성장성이 소멸한 종이호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격적 점포 축소 하나은행, 노동자 업무강도 강화
은행의 무분별한 점포 축소가 노동자의 노동환경 악화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최호걸 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기준 농협과 4대 시중은행의 생산성을 비교하면 KEB하나은행의 노동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과 예수금·대출금 규모가 모두 가장 높은 값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KEB하나은행 노동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은 1억3천800만원으로 2위인 신한은행의 1억2천300만원을 앞질렀다. 예수금(247억원)과 대출금(189억원)도 신한은행보다 각각 19억원, 17억원 많다. 반면 노동자수는 신한은행 1만4천644명, KEB하나은행 1만3천440명으로 1천명가량 차이가 난다.
최호걸 위원장은 “KEB하나은행의 노동자와 점포수가 지나치게 적고, 노동자의 업무강도는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