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금융노조>


금융권 노동자가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노사관계 파탄의 장본인이라며 임명권자인 청와대가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했다.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와 사무금융노조는 지난 18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경제관료 출신인 윤 행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중노위 조정회의도 불참한 기업은행 사측

박홍배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금융노조와 낙하산 인사 근절을 포함한 정책협약을 맺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낙하산 임명된 윤 행장은 불법 유발 경영으로 조직을 파괴하고, 낡은 노사관으로 신뢰가 두터웠던 기업은행 노사관계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1월 취임 당시 노사정과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약속한 6대 합의사항도 지키지 않았고, 집권세력 역시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더 이상 윤 행장 스스로 태도변화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해 청와대와 집권세력이 주도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이 시간 이후 윤 행장의 모든 입장은 임명권자와 청와대의 입장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노사관계는 최근 임금·단체교섭 결렬로 악화했다. 관례상 대표가 참석하는 임단협 상견례에도 윤 행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삐걱거린 임단협은 이후 실무교섭에서도 제대로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노조 비하 발언과 윤 행장의 대표교섭 거부 등으로 위태위태하던 임단협은 결국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지부장 김형선)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중노위는 3일간 집중교섭을 지난 17일 노사에 권고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쪽은 중노위 조정회의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낙하산이 낳은 낙하산, IBK연금보험”

기업은행 노사 갈등이 커지면서 자회사 노사갈등도 증폭했다. 이재진 위원장은 “낙하산이 또 다른 낙하산을 낳았다”며 “기업은행 자회사인 IBK연금보험 사장은 기업은행 부행장 출신의 보험 비전문가로, 모기업 노사관계 악화를 빌미로 자회사 노조의 요구와 제안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악순환하는 인사파행 근원은 청와대의 보은·회전문·낙하산인사”라며 “청와대는 낙하산인사 윤 행장을 즉각 수거하라”고 강조했다.

윤 행장은 지난 1월 임명 이후 지부의 거센 임명반대에 부딪혔다. 이후 6대 공동선언과 9대 실천과제를 합의했다. 6대 공동선언은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정규직 전환 직원의 정원통합 △임금체계 개편시 노조와 협의 △임원 선임절차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휴가 확대 협의다. 지부는 이후 줄기차게 공동선언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지부는 윤 행장 취임 뒤 불법 유발 경영과 초과근로가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지부장은 “기업은행 지점 곳곳에서 중소기업 급여이체계좌를 만들면서 청약통장 개설을 종용하고 있다”며 “노동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행위를 근절하고 개선하자고 요구했으나 은행은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