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노동자를 특수고용직으로 전환하려다 노조 반발에 부딪힌 삼성화재가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노조가 요구해 온 현업 유지안을 배제한 채 기존안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화재쪽은 노동자 “의견을 더 청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요식행위”라고 비판했다.

현재 업무 하려면 특고, 고용유지 원하면 다른 업무

6일 삼성화재 노사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 1일 서울과 대구·대전 세 곳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삼성화재가 최근 진행 중인 직무전환 절차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다. 삼성화재는 법인대리점(GA)에서 가입설계지원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 128명을 대상으로 최근 퇴사 뒤 위촉직 보험설계사로 재계약해 같은 업무를 지속하거나, 자동차보험 스마트서비스·GA총무·일반보험 업무지원·일반보험 설계지원(방카)·일반보험 심사·자동차보험 설계지원 업무로 직무를 전환해 무기계약직 신분을 유지하는 두 갈래 선택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하던 일을 계속하려면 근로계약이 아닌 1년 위촉계약을 맺는 불안전한 신분의 특수고용직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다른 일을 하라는 지시인 셈이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19일까지 무기계약직 128명 가운데 121명에게 직무전환 또는 위촉직 전환 서명을 받았다.
이 같은 정책에 삼성화재노조(위원장 오상훈)이 강하게 반발했다. 특수고용직을 줄이려는 사회기조와도 맞지 않다는 비판도 커졌다. 부담을 느낀 삼성화재는 이미 받은 서명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공청회를 열어 노동자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1일 열린 공청회가 사실상 요식행위라고 비판했다. 오상훈 위원장은 “삼성화재는 1일 공청회 당시 사용자쪽 의견에 동조하는 일부 노동자만 초청해 형식적으로 진행했다”며 “공청회장마다 인원을 통제했고 노동자 의견을 듣기보다 사용자쪽 의견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사용자쪽 의견 설명 방식, 노동자 참여한 뒤 분위기 바뀌어

기존 공청회 방식에 반발한 노조가 재차 요구해 이틀 뒤인 지난 3일 서울에서만 열린 공청회는 온도차가 달랐다는 설명이다. 이날 설명회에는 노동자 11명과 오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간부, 사용자쪽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육아휴직 도중 직무전환 또는 위촉직 전환 요구를 받아들어 가슴이 무너졌다는 노동자의 진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 위원장은 “공청회장에서 드러난 사용자쪽 발언과 태도를 볼 때 공청회를 개최해 명분을 쌓고 노동자 의견을 배제할 우려가 크다”며 “사용자쪽이 지속해서 직무전환 또는 위촉직 전환을 강요하면 쟁의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삼성화재는 노동자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로, 결코 요식행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삼성화재쪽은 “노조의 반발이 커 직접 노동자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라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직무전환 또는 위촉직 전환은 이미 연내 충분히 검토한 사안으로, 원점 재검토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