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련 공공산업희망노조,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 문제의 원인은 모호한 정부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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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547회 작성일 20-11-10본문
[인터뷰] 정태호 공공노련 공공산업희망노조 위원장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이후, 공공기관은 앞다퉈 기존의 파견·용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사·전협의체를 구성했다. 올해 6월 말을 기준으로 19만 6,711명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 중 18만 5,267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 중 4만 6,970명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3년이 지났지만, 공공기관 자회사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파견·용역 노동자 시절의 처우에서 더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박해철)은 7월,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시작으로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다수의 공공기관 자회사의 노동자를 조직한 정태호 공공노련 공공산업희망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의 현실을 들어봤다.
-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시작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정부가 양적 성과에 집중해 정규직 전환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정부가 개별 노사관계에만 맡기면서 갈등이 심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 7월,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이 기관 내부에 많은 갈등을 내포한 채로 출발했고 정규직 전환 과정과 그 이후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정책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대통령이 국정 수행 동력이 있을 때 빠르게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물론 가이드라인을 톺아보면, 정부의 정책 기조가 합의, 숙의, 협의였기 때문에 여러 선택지를 제시한 측면이 있다. 상시지속 업무에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한 경우와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직접고용을 하라고 권고했지만, 생명안전 관련 업무가 명확하게 뭔지 가이드라인에 담겨있지 않았다.
사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담당하는 업무를 총망라하면 크게 20~30개의 직무로 나눌 수 있다. 직무별로 어떤 직무는 생명안전 관련 업무인지 구분을 해야 했다. 기관별로 당사자 간의 논의로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까 같은 업무를 해도 어떤 기관에서는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어떤 기관에서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 또 당사자 간의 논의로 결정하라는 의미가 합의서를 써야만 되는 건지 아닌지 기준이 모호했다.
포괄적으로 자율성을 보장하다 보니까 불분명한 기준으로 기관 내 갈등의 소지가 컸다. 한마디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특히 경영평가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성과가 평가지표로 활용되면서 어떻게 전환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환 실적이 중요해졌다. 경영평가에서 개량점수 4점은 굉장히 높은 점수다. 그러니까 빠르게 합의서에 도장 찍고 전환율 몇 퍼센트 달성이 기관의 핵심목표가 됐다. 그 이후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평가하지 않으니 전환 이후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
기관의 규모나 역관계,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 등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이 진행되면서 처음의 원칙이 무너진 게 가장 큰 문제였다.
- 많은 공공기관에서 모회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결론적으로는 간접고용의 문제다. 자회사라고는 하지만, 모회사인 원청과 자회사인 하청이 있는 구조인 셈이다. 많은 경우, 자회사는 모회사로부터 단순하게 업무를 위탁받는다. 독립적인 경영이 아니라 모회사가 설계한 금액에 낙찰률을 적용해 그 돈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인력공급형 자회사다.
대다수의 자회사 예산구조를 보면 노무비로 나가는 돈이 거의 90% 이상이다. 노무비는 모회사가 100% 다 주는 돈인데, 노무비 지출이 전체 예산의 90% 이상이라면 그냥 월급 주는 회사인 셈이다. 예전에는 지역이나 직군별로 용역회사와 계약했다면, 지금은 용역회사를 하나로 합친 것과 다르지 않은 구조다.
이 과정에서 임금을 어떤 기준으로 줄 것인지에 대한 노·사·전 합의가 없었다. 용역회사보다는 많이 줘야 하니까 기존 임금에다가 복리후생비 얼마를 더 얹어준 거다. 그래서 정규직 전환 이후에 임금체계나 처우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특히 용역회사마다 설계된 임금이 다르기 때문에 어디에서 어떤 일을, 어떤 용역회사를 통해 계약했느냐에 따라 받는 임금이 다 다르다.
- 가이드라인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일반관리비와 이윤으로 정규직 전환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사용하라고 했다. 전환할 때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처우개선을 위해 사용하면 그 이후가 없는 것 같다. 그 이후 처우개선에 필요한 예산 마련에 대한 개별 기관의 논의는 진행되는 바가 있나?
없다. 초반에 용역회사가 가져가던 일반관리비나 이윤을 다 빼서 노무비로 줬다. 그다음이 없는 거다. 임금 인상의 재원 자체가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던 임금의 총액은 변함이 없는데 일반관리비와 이윤으로 처우개선에 사용하라고 하니까 자회사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경영사정의 악화를 대비해야 하고 복리후생시설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임금을 뺏어야 하는 거다.
낙찰률에 대해 얘기하기도 한다. 정부가 배포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르면, 낙찰률의 하한가가 87.95%다. 올해 만약에 낙찰률을 88% 적용하던 회사가 내년에 낙찰률 89%를 적용한다고 하면 1%의 공간은 생긴다. 근데 낙찰률은 100% 이상을 적용할 수 없다. 낙찰률을 100%까지 올리고 난 후의 임금인상은 불가능한 것이다.
공공기관 자회사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사실상 자회사에 설계된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근데 구조적으로 그게 쉽지 않다. 정부에서 일반관리비를 최대한 줄여서 사용하도록 한다. 모회사에서 설계금액을 올리면, 감사원에서 지적을 받는다. 그렇다면 모회사의 예산 기획 담당자는 징계를 받는다. 누가 설계금액을 올릴 수 있을까? 설계금액을 올릴 수 있는 지침이나 법령이 없다면, 지금까지 이어온 설계금액대로 자회사에 줄 수밖에 없는 거다. 거꾸로 말하면, 자회사에는 용역회사에 주던 만큼만 주라는 의미가 된다.
- 뼈아픈 질문일 수도 있지만, 공공노련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상급단체로서 제 역할을 못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정태호 위원장은 공공노련 조직부장을 겸하고 있다)
사실 당시 개별 노·사·전협의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 상급단체가 개입해서 직접고용을 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직접적인 개입력이 없었다는 의미다. 또 어떻게 보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 모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처우개선의 영역에서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이 많기도 했다. 모회사에 직접고용이 되면 평등의 원칙에 따라 모회사의 노동자들과 같은 복리후생을 누릴 수 있는 건 맞지만, 임금인상률이 기획재정부의 총액인건비 인상률에 따라 결정되기에 처우개선의 여지가 적었다. 직접고용과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선택한 사례도 있었다.
공공노련에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비율이 높다. 그 이유는 기관의 규모와 관련이 있다. 공공노련에는 큰 규모의 공공기관이 많다. 작은 규모의 기관은 비정규직 노동자 역시 적기 때문에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직접고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더 낫다. 그러나 큰 규모의 공공기관은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개별 노·사·전협의회에 상급단체가 개입할 수 없었던 상황이 가장 큰 것 같다.
- 어쨌든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고 공공산업희망노조에 많은 자회사 정규직 노동자가 가입했다. 공공노련과 공공산업희망노조는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문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떤 문제가 있나?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은 뭔가?
일단 자회사 역시 간접고용이기 때문에 업무지시의 문제가 발생한다. 한 공간에서 같이 일하지만, 자회사 소속 노동자에게 모회사 소속 노동자가 직접 업무지시를 하는 것은 불법파견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현장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의 처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기성금 청구 구조다. 다수의 기관에서 자회사와 계약을 할 때 1년에 얼마로 계약하지만, 실제로 돈을 지급하는 것은 한 달에 한 번이다.
예를 들어 모회사가 건물을 관리하는 자회사에 건물 관리비로 12억 원을 지급하기로 계약했다고 치면, 모회사는 자회사에 매달 1억 원씩 12번을 지급하는 거다. 근데 이 과정에서 자회사는 모회사에 한 달 동안 노동자들의 출·퇴근 내용, 업무 일지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모회사에서 이 명세를 확인하고 사업비를 준다.
일한 실적이 있어야 임금을 주는 이 기성금 청구구조로 노동자들은 임금이 깎이니까 연차를 쓰지도 못한다. 쉬면 그만큼 임금을 빼서 지급하기 때문이다. 매달 기성금을 받아야 하니까 모회사의 예산 담당자도 불필요한 행정력을 소모하는 것이고 자회사 역시 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이런 용역형 자회사의 운영방식 개선을 위해서는 모자회사 노사가 자회사 경영의 자율성 보장의 측면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이나 복리후생시설의 활용 등을 함께 논의하고 협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지침을 줘야 한다. 모자회사 노사의 공동 협의체에서는 어떤 내용을 논의해야 하고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복리후생시설은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지 등 좀 더 자세한 지침이 나와야 현장에서 갈등이 없이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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