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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방향을 결정하는 국회의 시간이 시작됐다. 기본협약 미비준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는 한EU FTA 전문가패널의 최종보고서 공개도 임박해 법 개정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0일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 분수령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환노위는 30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ILO 기본협약 비준 관련 노조법 개정안을 심의한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이 일괄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 논의는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오전 환노위가 국회에서 개최한 ILO 기본협약 비준 준비를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었다. 청문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노동계·재계 인사 모두 정부 개정안에 반대의견을 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는 노사합의를 무효로 하고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에 강하게 반대했다. 재계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기업의 원조를 금지해야 한다며 사실상 현행 유지를 요구했다. 단결권 확대로 노조 힘이 강화할 수 있다며 부당노동행위를 형사처벌 하는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ILO 기본협약 비준 방안을 모색하는 청문회 자리였지만 논의는 쟁의행위 제한 여부로 옮겨붙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노조법 체계에서도 노사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데 단결할 자유까지 주면 사용자에게 대등한 수단을 줘야 한다”며 “우리는 대체근로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부당노동행위는 형사처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법에 사용자를 처벌하는 유형은 부당노동행위·대체고용금지·단협위반·직장폐쇄 네 가지뿐이지만 노조를 처벌하는 규정은 쟁의행위에 대해서만 11개 유형이 있다”며 “형량도 사용자 최대 상한은 2년 이하이지만 노조는 5년 이하로 노조에 더 불리하다”고 말했다.
야당 “노사 모두 반대해 통과시킬 수 없다”
여당 “올해 비준 마무리해야”
기본협약 비준을 두고 뜨거워진 청문회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발언으로 싸늘하게 식었다. 김 의원은 “노조법 개정안에 노사 모두 반대하는데 이렇게는 통과시킬 수 없다”며 “사회적 대타협을 이끄는 게 국회인데, 여러 단체 의견을 들어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응하기에는 우리 노조법이 너무 후지다”며 “올해 비준을 마무리 짓고 내년에는 취약노동자 보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맞섰다.
ILO 기본협약 비준 국회 논의는 한-EU FTA 전문가패널의 심리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8일 심리를 시작한 전문가패널은 계획대로라면 23일 패널보고서(최종보고서)를 낸다. 정부는 보고서 제출이 다소 늦어져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초 나오리라 예상하고 있다. 보고서는 곧바로 공개된다. 전문가패널이 보고서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계속적·지속적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면 우리는 역사 최초로 FTA 노동조항을 위반한 국가라는 오명을 떠안게 된다. 국회가 연말께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노동후진국 꼬리표를 다는 기간은 더 길어진다.
여당은 올해 ILO 기본협약 비준안을 국회에 통과시키기 위해 30일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서 반드시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여당 관계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핑계를 계속 듣고 있을 수도 없다”며 “30일 최대한 합의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인터넷기자단 합동인터뷰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법(노조법)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고 함께 처리해야 한다”며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나온 여러 의견을 감안해 논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