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시절부터 풍요와 힘의 상징이었던 흰 소의 해,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위기 한가운데 있습니다. 위기는 언제나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더욱 혹독하게 몰아칩니다. 한국노총 소속 3천600개 사업장 중 3천100개, 비율로 보면 86%가 300명 미만 중소기업 사업장입니다. 지난해 한국노총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중소사업장과 취약계층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했습니다. 상반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이뤘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중소기업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이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아직 부족합니다. 하반기 노동법 개악을 막기 위해 천막농성장에서 밤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이라는 구실로 노동관계법 개악을 시도하고,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각종 보호와 규제를 완화하려는 자본과 보수권력의 시도는 몇 날 천막농성 투쟁으로는 막아 낼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싸우지 않으면, 투쟁하지 않으면 지켜 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노조할 권리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노동법 개악 반대투쟁을 통해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는 정부안의 일부 독소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앞으로 타임오프 한도 개선을 위한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아직 싸우고 있습니다. 천막농성 투쟁을 마감하며 가장 아픈 지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입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과 함께하는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합니다. 이 법을 제정하기 위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곡기를 끊고 국회 앞에서 아직 싸우고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합니다.
2021년, 순탄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단결하고 연대하면 극복할 수 없는 위기는 없습니다. 김동명이 앞장서겠습니다. 함께 싸워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