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복수의 교원단체 설립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노동계는 교원단체에 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교원노조 활동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노총은 8일 성명을 내고 “국회는 노조 근간을 흔드는 교원단체법 제정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교육기본법에 따라 교원은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에 교원단체를 조직할 수 있다. 단체 조직에 필요한 사항은 시행령에 규정하기로 돼 있는데 아직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교총만이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에 따라 유일한 교원단체로 활동하며 정부와 정책 교섭이나 협의를 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시·도별로 6개 이상 법인등록을 한 교원단체에 중앙교원단체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 논의는 한국교총 지위를 놓고 여야가 나뉘고 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교원 10분의 1 이상이 가입한 단체에만 교원단체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의 교원단체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교총 외에는 교원단체를 설립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같은 이름의 제정안을 발의하며 맞불을 놨다. 시·도별 6개 이상 등록한 법인에 교원단체 지위를 인정하자는 내용으로 정부 방침과 유사하다. 한국교총 이외 교원단체가 나올 수 있게 설립 요건을 완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한국교총을 중심에 두고 벌어지는 여야 공방은 최근 다른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두 제정안에 공통적으로 교원단체에 교원 처우개선·근무조건·복지후생 등의 사항을 교육감·교육부장관과 협의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노조가 아닌데도 단체교섭권을 부여해 노조활동을 형해화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한국교총에 교장·교감·장학사 같은 사용자 지위를 가진 이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교원단체에 교섭 협의권을 부여하는 조항은 헌법으로 노동 3권을 보장받아 활동하는 노조와 충돌을 낳는다”며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엄대용 교사노조연맹 대변인은 “두 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를 위해 일하는 교장·교감·장학사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교원단체가 사용자와 교섭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러면 교원노조법에 따라 노조에 주어진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