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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중앙연구원 "택시노동은 골병드는 노동"...보수체계 변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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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511회 작성일 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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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노동은 골병드는 노동"...보수체계 변화 요구


"노동환경 악화 주범은 사납금제, 전액관리제도 실효성 떨어져"
"택시 산업 침체로 이어지는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필요"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병가를 써서 수입이 없는 날에도 사납금을 내야 한다. 하루 쉬면 다른 날 몰아서 일해야 하니까 택시기사는 사납금 맞추려고 죽어라 운전하는 거다."

서울에서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A씨의 하소연이다. 사납금은 법인택시노동자가 1일 운행 당 회사에 내는 고정액이다. 평균 12~15만 원 수준으로, 사납금을 다 채운 후에야 발생하는 초과 수익이 택시노동자의 수입이 된다. 사납금은 택시노동환경 악화, '골라 태우기' 등 서비스품질 저하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이에 따라 1월 1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 통과로 사납금제도를 폐지시켰으나, 현장에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납금제를 대신해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전면 시행하도록 했지만, 현장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전액관리제는 일종의 '월급제'다. 매달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했다. 택시노동자가 매일 번 돈의 전부를 회사에 내면, 회사는 매달 전체 노동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택시노동자는 매월 회사가 정한 '기준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기준금이 너무 높다는 것에 있다. 택시노동자들은 기준금을 충족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전액관리제 시행 후 임금 수준이 악화했다는 불만도 있다. 기준금을 채우지 못하는 기사들이 많아서 전액관리제를 폐지하고 다시 사납금제로 돌아간 회사도 있다. 여기에 운행을 많이 한 노동자와 적게 한 노동자가 비슷한 금액을 받게 된다면서 형평성 논란도 발생했다. 

택시노동자 "장시간 노동의 주범은 사납금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24일 ▲노동환경과 택시 산업을 악화시키는 구조적 원인 ▲택시노동자의 건강 문제 ▲대책 방안 등을 논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위원장 강신표, 전택노련) 서울·경기지역본부 조합원 5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설문에서 택시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의 고질적 원인으로 사납금제도를 꼽았다. 택시노동자의 83%가 '납부금을 채우기 위해서 무리해서 장시간 운행을 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더 높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무리해서 장시간 운행을 한다'는 응답도 72.5%에 달했다.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위원은 "유예기간을 두고 사납금제를 유지하거나,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기준금 등의 명목으로 '유사 사납금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택시노동자가 회사에 납입해야 하는 금액을 채우기 위해 무리해서 장시간 운행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1인 1차제 운전자가 더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노동자는 심층 면접에서 "1인 1차는 혼자 쓴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납부금이 보통 40~50% 비싸다. 하루에 14시간 이상 일을 해야 사납금을 겨우 채울까 말까"라며 "1인 1차 하는 분들은 2인 1차(주야맞교대)보다 3~4시간 더 일한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장시간 운행으로 택시기사들은 일과 생활의 불균형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택시 입출고시간, 운행 중 휴식시간, 식사시간 등을 제외한 택시노동자의 하루평균 순수 운행시간은 10.2시간에 달했다. 이 또한 1인 1차제(11.6시간)가 2인 1차제(9.8시간)보다 운행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하루 평균 여가는 4시간으로, 우리나라 평균 여가(평일 5.5시간, 주말 6시간)에 못 미쳤다. 더불어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6시간 수준이었다.


장시간 운행, 승객의 폭력...
몸도 마음도 상하는 택시 노동자


조사에 따르면 장시간 운행은 택시노동자 건강 악화로 이어졌다. 손‧발목, 허리, 어깨 등 근골격계 통증을 겪는 노동자는 87.4%에 달했다. 장시간 동일한 자세로 앉아있는 탓이 크다. 공기청정이 어려운 실내 공간과 매연 등에 노출되면서 67%가 호흡계 질환으로 인해서 메스꺼움, 가슴 통증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택시노동자가 앞으로 발병을 가장 우려하는 질환으로 만성 성인병(56.2%)이 꼽혔다.

장진희 위원은 "택시노동자가 겪는 질환이 운행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해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직접적인 건강증진 방안과 전반적인 노동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유형의 승객을 대면하는 업무 특성상, 정신 건강 역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노동자 81.3%는 최근 1년간 승객으로부터 폭언‧욕설‧협박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빈도는 1년에 1~2회가 33.2%로 가장 높았으며, 1개월에 1회(18.7%)가 다음을 차지했다. 또한 1인 1차제가 2인 1차제보다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진희 위원은 "장시간 운행으로 폭언‧욕설‧협박 등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응답자 중 89.4%는 '(회사에서) 아무런 조치 없음'이라고 답해 폭언‧욕설‧협박으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노동자들은 이러한 승객의 위협이 승차거부로 이어진다고 했다. 59%는 '취객으로 보일 시 태우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승객의 위협이 운전에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운전 중 지속적으로 행동을 감시하거나 휴대전화 등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대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열악한 노동환경, 택시 산업 침체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이 택시 산업 침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높은 기준금(사납금, 전액관리제)을 맞추기 위한 '골라 태우기'와 승객 유치를 위한 길가 주정차, 주취 폭력을 피하기 위한 승차거부 등이 서비스 불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실제 위와 같은 이유로 서울시 교통민원 중 택시가 약 70% 차지한다고 했다.

신규 인력, 특히 젊은 층이 기피 직군으로 인식하며 고령화가 심해지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조사에 따르면 종사자 중 60~69세가 45.7%로 가장 많았고, 50~59세가 42.4%가 뒤를 이었다. 70세 이상도 5.4%로 나타났다. 장진희 위원은 "특히 택시노동자가 고령층이고, 신규로 유입되는 대다수 역시 고령임을 감안해볼 때, 이러한 신체적·정신적 질환은 또 다른 인적 피해를 일으키는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플랫폼 운송업체 등 새로운 운송수단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서비스 질 저하는 택시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수요 감소는 장시간 운행 등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송제룡 경기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열악한 근무환경은 높은 이직률과 함께 택시 산업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며 "노사 및 행정기관 간 협의로 근본적인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택시 산업 살리려면 노동환경 개선해야"

택시노동자들은 업계의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합리적인 월급제 실시와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납금제, 전액관리제보다 개선된 보수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송제룡 선임연구원은 "노사가 수용할 수 있는 보수체계가 필요하지만 합리적인 수준을 찾기가 어렵다"며, 적절한 보수체계를 만들려면 "정부 관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택시 경영 및 서비스 평가의 의무화도 해결 방안으로 꼽혔다. 장진희 위원은 "여러 영역에 걸쳐 택시노동자의 노동황경을 개성할 수 있는 제도"라며 "법을 개정해서 택시 경영 및 서비스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평가항목에 교통사고예방노력을 위한 택시노동자의 건강, 임금체계에 대한 평가항목 등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고령 택시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근무형태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헌영 전택노련 노사대책본부 국장은 "파트타임 근무 형태를 만들어서 노동시간과 사납금을 줄이고, 그에 따라 급여도 다소 줄이는 근무 형태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젊은 층 유입을 위한 신규고용촉진장려금 제도 개정을 강조했다.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은 전체 종사자 수가 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장려금을 지원한다. 종사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빠른 택시 업계는 혜택을 못 보고 있다"며 "당장은 인원이 늘어나지 않아도 고용장려금을 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문범 법무법인 이산 노무사는 "노동조합이 투쟁으로 법은 만들어내지만, 실질적인 관리에는 소홀하다"며 전액관리제와 2인 1차 제도 정착, 최저임금 준수 등을 위해서 "노동조합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택시 운수종사자 복지재단 내에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 ▲택시노동자 노동시간 단축모델 개발 ▲택시노동자 협박‧폭행 시 가중처벌 받는 현행법 홍보 ▲택시서비스 향상을 위한 택시노동자 교육실시 등이 택시노동 환경과 산업 개선책으로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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