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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고용유지와 일자리 지원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안을 내놓았다. 코로나19 고용충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고용안정망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부 내년 예산 16% 증액, 일자리예산 20% 늘려
1일 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노동부의 2021년 예산 규모는 35조4천808억원이다. 올해(30조5천139억원)보다 4조9천669억원(16.3%) 증액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을 고용안정 사업에 쏟아붓는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에 8천286억원을 배정한다. 저소득층과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원하고 구직상담 등 취업지원 사업에 사용한다. 40만명에게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다.
구직급여(실업급여) 예산도 크게 늘린다. 애초 노동부는 올해 9조5천억원을 실업급여 예산에 배정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충격이 확산하자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2조9천억원으로 늘린 바 있다. 실업급여 대상자 규모는 137만명에서 186만명으로 늘어났다. 내년 예산안은 11조3천억원으로 잡았다. 164만명에게 실업급여를 줄 수 있는 규모다. 코로나19 고용충격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예술인과 특수고용직이 납부해야 할 고용보험료의 80%를 지원하는 사업에도 예산을 반영했다. 다만 이들이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하므로 급여 예산은 내년에 빠졌다. 권기섭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올해 가장 나빴을 때보다는 고용상황이 조금 호전될 것으로 예측하고 예산을 편성했다”며 “상황에 따라서 추가로 실업자 규모가 늘게 되면 기금운용계획 변경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고용충격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기업이 내년에도 적지 않게 발생할 것이라 예상했다. 노동부 올해 본예산에 편성된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351억원이다. 코로나19 확산 후 고용유지를 위해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고 여기에 추경까지 더해 2조1천600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내년 예산에는 1조1천844억원을 편성했다. 이를 통해 45만명의 일자리를 지킬 계획이다.
일자리 창출 사업도 지속·강화한다. 청년 1명을 추가 채용할 때 매년 900만원씩 3년간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사업에는 1조2천18억원을 배정했다. 청년 9만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청년·기업·정부가 기여금을 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예산은 1조4천17억원이다. 올해 추경으로 신설한 청년디지털일자리 사업은 내년에도 계속한다. 5만명에게 매월 180만원씩 6개월을 지원할 수 있도록 4천676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잇따라 발생한 건설현장 화재·폭발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예산도 크게 늘었다. 건설업·제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낡고 위험한 기계를 교체하거나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3천634억원을 투자한다. 화재·폭발사고 예방시설인 유증기 환기팬과 가스감지기 설치 비용을 지원한다. 140억원으로 현장 2천200곳을 개선할 계획이다.
노동부 사업을 포함한 전체 일자리 사업 예산은 30조6천억원이다. 올해(25조5천억원)보다 5조1천억원(20.0%) 증가했다. 노동부는 “일자리 사업 관련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25개 부처(청)에서 179개 사업을 한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조종인력 양성, 산업통상자원부의 미래형 자동차 현장인력 양성,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공장전문인력 양성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 같은 예산안을 3일 국회에 제출한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 0.9% 편성
노동계 “노정합의 결과 정부가 뒤집어”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내년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0.9%다. 올해 인상률(2.8%)에서 3분의 1로 토막이 났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1.5%)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인상률은 공무원 임금교섭기구인 공무원 보수위원회 결정보다 크게 낮다. 공무원보수위는 내년 임금을 1.3~1.5% 구간에서 인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조 등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는 자기들이 참여한 공무원보수위 합의 사항을 뒤집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했다”며 “가장 모범적인 사용자가 돼야 할 정부가 노정합의를 앞장서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