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공무직위원회는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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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668회 작성일 20-09-09본문
공무직 법제화 논의에 대한 노정 시각차 분명
[리포트] 공무직위원회 출범 6개월, 공무직 법제화 가능할까
올해 3월 출범한 공무직위원회가 출범 6개월을 맞았다. 지난해 11월 공무직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대한 규정안을 행정예고한 지 4개월 만에 공무직위원회가 출범했다. 2023년 3월을 기한으로 하는 공무직위원회는 본위원회와 발전협의회, 지원단을 두고, 필요에 의해 전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4월 제1차 본위원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공무직위원회는 1차례의 본위원회와 4차례의 발전협의회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노정 간의 견해차만 이어질 뿐, 아직 제대로 된 논의는 시작조차 못했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공무직위원회에 남은 시간은 단 3년 6개월. 그 안에 공무직위원회는 취지에 맞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까?
공무직위원회는 어떻게 시작됐나?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첫 행보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1만여 명 비정규직의 일터인 인천국제공항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2017년 5월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을 뜻하는 공무직 신분으로 전환됐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2017년에 처음 발표된 것은 아니다. 이미 2006년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는 7만여 명이다.
2017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대상자는 2006년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대상자의 3배가량인 20만 5,000명이다. 이미 공무직으로 전환된 노동자까지 합해 고용노동부는 공무직 노동자의 규모를 48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50만~60만 명까지 보고 있다.
정부의 의지로 시작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통해 현장에서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공무직 노동자가 속한 기관에 따라 급여나 복지 수준이 다르거나 기관 내에서도 공무직으로 전환된 시기에 따라 임금구조가 다른 문제가 확인된 것이다. 이외에도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 공무직 노동자의 규모, 승진체계의 부재 등도 함께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 총파업이 공무직위원회 출발에 불을 댕겼다.
고용노동부 공무직기획단 관계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공무직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현장에서 갈등이 생기고, 인사·노무 담당자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공공부문에서 일관된 인사·노무 관리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현장의 갈등이 폭발해 발생했던 지난해 7월 공공부문 총파업이 공무직위원회 출범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100% 지난해 7월 공공부문 총파업으로 인해 공무직위원회가 출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무직위원회 출범은 했는데…
시작부터 격돌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공무직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제정함에 있어 그 제정이유와 주요내용을 국민에게 미리 널리 알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행정절차법」 제46조에 따라 다음과 같이 공고한다”며 행정예고를 공고했다. 행정예고 공고 4개월 후인 올해 3월,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공무직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제정해 공무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애초 계획보다 1개월 늦은 시기였다.
공무직위원회는 4월 첫 본위원회를 가동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무직위원회 운영계획을 확정 지었다. 운영계획이 4월 말에 확정되면서 공무직위원회 관련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발전협의회의 구성이 5월로 미뤄졌다. 발전협의회 구성과 함께 본격적인 논의 역시 5월부터 진행됐다.
노동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진행된 4차례의 발전협의회에서 노동계와 정부가 격돌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 예산 설계안이 공개되는 9월 3일 이전에 예산이 수반되는 시급한 처우개선 사항을 먼저 논의해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노동계의 주장과 종합실태조사가 먼저라는 정부의 주장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2021년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가 먼저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무직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조사한 2인 가구 생계비인 324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과 공무직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 대비 61% 수준이라는 점, 공무직 노동자와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에 같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해 두 집단 사이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공무직 노동자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추가예산 편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일단 정부는 8월까지 종합실태조사를 통해 공무직 노동자와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의 인사 관리 방식과 임금 수준, 복리후생 수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발전협의회에 참여하는 위원들에게도 관련 계획을 보고하고 종합실태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공무직기획단 관계자는 “예산을 반영하는 건 정확한 실태에 근거해야 하고 관행으로 공무직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을 반영해온 부분도 있다”며 “공무직위원회에서 공공부문의 일관된 관리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일관된 관리기준을 먼저 마련한 다음 예산이 수반되는 처우개선 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설치 못한 분과협의회,
논의가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
노동계 관계자들은 “발전협의회에 가면 논의가 중구난방이다”며 “시간은 정해져 있고 다뤄야 할 문제는 많다 보니 회의 테이블에서 모든 문제를 쏟아내 정리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과협의회가 설치돼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애초 고용노동부는 공무직위원회 발전협의회 내에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공공기관의 4개 분과협의회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공무직 노동자의 처우가 기관마다 다르지만, 큰 틀에서 4가지 분과로 분류해 공통의 의제를 논의해나가자는 문제의식이 공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공무직위원회 설치준비단 회의 자료에 따르면, 분과협의회는 전문가, 노동계, 정부에서 각 4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분과별로 주관부처를 정해 중앙행정기관은 인사혁신처가,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안전부가, 교육기관은 교육부가,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것으로 예정돼있었다. 그러나 교육부를 제외한 3개 부처에서 분과협의회 구성에 난색을 보이면서 분과협의회 설치는 유예됐다. 교육부의 경우,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과 공무직 노동자와의 집단교섭 결과로 분과협의회 설치에 합의했다.
노동계는 “교육기관만 분과협의회를 설치해 노정협의를 별도로 진행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체계적인 인사·노무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애초 공무직위원회의 설립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분과협의회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6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민주일반연맹은 분과협의회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이어 개최하기도 했다.
복수의 노동계 관계자는 “분과협의회 없이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는 불가능”하다며 “분과협의회 설치를 통해 분과별로 시급한 의제를 논의하면 발전협의회에 속도가 붙을 수 있는데 현재 상황이 그렇지 않기에 발전협의회 논의 속도가 더딘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무기계약직 노동자가 대거 속한 산별연맹 관계자는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의 문제가 심각한데, 공무직위원회에서 이 내용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며 분과협의회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입장은 다르다. 공무직기획단 관계자는 “분과협의회를 공무직위원회 출범할 때 바로 설치한다는 게 아니었다”며 “발전협의회에서 논의를 진행하다가 분과별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분과 주관 부처와 노동계가 협의해 분과협의회를 설치하겠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직위원회를 만든 이유가 공공부문 내부에서도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만이라도 일관된 기준을 만들기 위함”이라며 “처음부터 분과별로 논의를 진행할 경우, 공무직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분과협의회를 아예 안 하겠다는 건 아니고 발전협의회에서 공통적인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아서 논의해보고 이후에 분과별로 필요한 사항이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분과협의회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무직 노동자의 염원, 공무직 법제화
공무직위원회의 장기과제로 가져갈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다시피, 공무직위원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통해 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다. 「공무직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무직위원회는 체계적인 인사 및 노무 관리를 위한 주요 정책 등을 효율적으로 심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 노동계에서는 공무직위원회를 통해 공무직 노동자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도모하고자 한다.
일단, 노동계는 처우개선 및 차별철폐를 위한 예산 확보를 단기과제로 가져가고자 한다. 민주노총이 제3차 발전협의회에서 제출한 시급 의제 요구안을 보면,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추가 예산 편성 ▲직무와 무관한 수당에 대한 차별 금지 및 공무원 기준 보장 ▲비급여 복리후생, 편의시설 사용 등 기타 복리후생 차별 해소 등이 포함됐다.
올해 5월, 한국노총에서 진행됐던 비정규투쟁 새판짜기 공무직위원회 출범 의의와 공무직 처우개선 과제 토론회에서도 공무직 차별 실태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는데, 대부분 사업비로 임금을 편성하는 것에서 촉발되는 문제와 복리후생비 차별, 정원 관리 및 신분 보장에서의 차별 등의 사례가 제시됐다. 이날 현장발언에 나선 정지한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 위원장은 “경찰청에서 일하는 공무직은 공무직 간의 임금체계가 다름으로 인한 혼란과 함께 공무원과는 달리 인사이동, 근속에 따른 임금 인상 등을 기대할 수 없다”며 “중앙행정기관으로 확대하면 같은 기관에 속한 공무직 사이에도 수당체계가 제각각인 예도 있는데, 이마저도 공무원이 받는 직무와 무관한 수당을 다 받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지한 위원장뿐만 아니라 이날 현장발언에 나섰던 조남수 인천광역시청노동조합 위원장과 이은신 공공사회산업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대외협력차장 역시 동일업무 정규직과의 임금차별 문제와 통일된 임금 및 인사체계 부재의 문제를 꼬집었다.
이날 발제를 진행한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전향적으로 변화해야 하고 중앙정부 인력·예산규정의 통일적 방침이 필요하다”며 “또 지자체 공무직에 대한 통일적 임금집행을 위해 직종별, 지역별 임금표준을 정립하고 지자체 공무직 정원 및 처우, 교육훈련 등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이 포함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공무직 법제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남우근 정책위원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무직 관련 근거규정을 제정함으로써 공무직 고용 안정 및 처우개선을 위한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채준호 전북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역시 제4차 발전협의회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무기계약직에 대한 신분보장 및 고용안정, 공공부문 공무직의 권리보전의 기초, 임금격차 해소, 불합리한 중층적 고용관계 확대 방지 등을 위해서는 공무직제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동계는 공무직 법제화 의제에 동의하는 추세다. 공무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계 관계자는 “공공부문 정규직, 공무원과의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공무직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정규직, 공무원의 규정과 비교하기 때문”이라며 “공무직만의 보수체계, 채용절차, 직급체계 등을 만들게 되면 갈등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무직 법제화,
최초의 시도인가?
공무직 법제화는 공무직위원회 추진 과정에서 처음 제기된 의제는 아니다. 이미 2015년, 19대 국회에서 진선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방자치단체 공무직근로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진선미 의원은 법률안 제안 이유를 “현행법상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며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를 규정하고 있으나, 법령에 명시된 정식 직제가 아닌 고용의 형태인 무기계약이란 이름 아닌 이름으로 불리며, 신분과 고용, 처우 등에서 불합리한 차별에 놓여 있는 실정”이라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같은 형태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인원은 약 40만 명에 이르고, 지자체가 훈령과 조례 제정을 통해 이들에게 ‘공무직’이란 명칭을 부여하고 있으나, 명확한 상위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각 지자체의 상황에 따라 그 규율 내용도 제각각이고, 지자체 차원의 훈령으로 안정적인 고용지위를 보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률안은 ▲무기계약직을 공무직으로 변경 ▲정식직제 부여 등 관련 근거 법령 마련을 통해 신분, 고용, 처우 등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고 정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공무직 노동자의 법적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그러나 해당 법률안은 임기만료를 이유로 폐기됐다. 20대 국회가 출범하고 나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시 같은 법안을 발의했으나 이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교육기관 공무직의 법제화를 위해 발의됐던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 역시 19대 국회에서는 임기만료를 이유로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는 여론의 반대로 철회됐다. 지난해에는 여영국 전 정의당 의원이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이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올해 1월, 한국노총 공공연맹 전국공공행정기관노동조합 출범식에서 임성학 위원장은 “은행에서 통장을 만드는데 직업란에 공무직은 없어서 기타에 체크했다”며 “자녀에게 내 직업을 설명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유령직업이 아니라 당당한 직업인, 노동자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것이다. 노동계는 공무직 법제화를 통해 공무직에 대한 공식적인 신분을 부여해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직무 권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공무직위원회에서 공무직 법제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공무직기획단 관계자는 “공무직위원회가 공무직 법제화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은 아니”라며 “공무직의 통일된 인사관리 규정을 만드는 하나의 방안으로 공무직 법제화를 논의해볼 수는 있지만, 아직 논의 의제로 채택되거나 의제 채택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무직위원회에 남은 시간은 3년 6개월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공무직의 처우개선을 위한 논의가 가능한 시간은 더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후 6개월 동안 공무직위원회는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냈다. 그 가운데 공무직 노동자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모범 사용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공무직위원회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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