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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비준하지 못한 상황을 일컬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국회에 제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 노동관계법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재갑 장관은 한국노동법학회 주관으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ILO 핵심협약 관련 노조법 개정 전문가 토론회’ 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1년 유엔 산하 ILO에 가입했으나 30년이 지난 지금도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가장 기본적 정신을 담은 ILO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을 비준하지 못하고 있다”며 “뉴노멀 시대를 선도해야 할 우리나라가 기본적 국제규범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비준하지 않은 ILO 기본협약 4개 중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87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98호), 강제노동 협약(29호)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정기국회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 관련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국회 논의는 험로가 예상된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거나, 해고자의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노동계의 전폭적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나왔다. 발제를 맡은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개정안의 일부 내용은 ILO 기준 및 단결활동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미흡한 점들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노사 자주성을 제한하는 각종 조항을 폐지해 집단적 자치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노조법을 간결하게 개정해야 한다”며 “쟁의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장관은 “균형 잡힌 개정안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노사뿐 아니라 국민께서도 노조법 개정에 관해 관심과 함께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 입법안에 보완이 필요하다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시 한번 꼼꼼히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ILO 기본협약 미비준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살필 전문가 패널 심리는 다음달 8~9일 화상으로 열린다. 전문가 패널은 심리 후 45일 이내 최종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자유무역협정 위반이라고 결론 나면 통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