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대폭 손질한다. 지난 1년간 법시행 현황을 살펴보고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인데 경영책임자 처벌 수위를 낮춰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부는 11일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TF’를 발족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발족식에서 권기섭 노동부 차관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줄지 않고 있다”며 “입법 취지와 달리 법리적·집행과정 측면에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 50명 미만 기업 적용 확대를 앞둔 시점에서 법 적용 준비상황과 현실적인 문제점·대책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TF는 6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방안을 논의한다. 지난해 시행령 개정 방향으로 밝혔던 △처벌요건 명확화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형사처벌 확행 △제재방식 개선 △체계 정비 등이 이뤄진다. 이와 함께 지난 1년간 법 시행 전반을 들여다보고 종합적으로 손보겠다는 방침이다. TF는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여연심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고흥 변호사(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정재훈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서용윤 동국대 교수(산업시스템공학) 8명으로 구성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수위를 낮추고 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당초 노사정 추천 인사로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현장 의견은 깡그리 무시한 채 소위 ‘전문가’ 중심으로 TF를 구성했다”며 “대기업과 경총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를 요구를 이행하는 도구로 전락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차관은 지난 8일 기자브리핑에서 “여러 처벌을 병과하는 제재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처벌의 수위와 수준·경제적 형벌에 대한 내용까지 다 들여다보고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중대재해 발생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데 TF에서 처벌 수위를 대폭 낮추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