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28대 임원을 선출하기 위한 정기선거인대회가 17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선거인단이 늘어나고 세 후보조의 치열한 투표전이 예상돼 결과는 늦은 오후에야 확인될 것으로 점쳐진다. 임기 3년을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과 씨름해야 할 한국노총 지도부는 기호 1번 김만재-박해철(위원장-사무총장) 후보조, 기호 2번 김동명-류기섭 후보조, 기호 3번 이동호-정연수 후보조 중 누가 될까. 정기선거인대회를 미리 살펴봤다.
선거인단 늘어나 조직선거 완화
이번 정거선거인대회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선거인단은 3천940명이다. 3년 전(3천336명)보다 18.1% 증가했다. 선거인단은 의무금 납부 인원수를 기준으로 조합원 200명당 1명이 배정된다. 조합원 101명 이상이 늘어나면 선거인단 1명을 추가한다. 과거 3년간 평균 의무금 납부 인원수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서 최근 가맹조직이 된 공무원·교사 노조는 조합원 대비 3분의 1 수준의 선거인단을 배정받았다. 신규 조합원이 대거 늘어나면서 3개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과거 방식과 사뭇 다른 형태의 선거운동을 병행했다. 온라인 선전물 배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후보 알리기가 활발했다. 조직을 활용한 선거운동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산별노조·연맹 위원장 방침에 따라 조직적인 투표를 했던 모습도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점점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맹 위원장 영향력이 약화했다”는 것이 3개 선거대책본부의 공통된 평가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어느 후보가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했는지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중 터진 부정채용 의혹 파장은
이달 초 이동호 후보가 한국노총 사무총장 재임 중 자녀와 지인 등을 부정채용했고 그 과정에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노총 임원선거는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매일노동뉴스> 인터뷰에서 “(아들의) 장학문화재단 응시를 재단측에서 여러 차례 걸쳐 제안해 왔고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채용됐다”며 반발했다. 금품수수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자 재단측은 “이동호 사무총장측에서 아들이 제대로 된 직장 없이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재단에 채용해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해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재반박했다. 이 후보측은 김동명 후보측의 ‘선거공작’이라며 고발인을 무고죄로 맞고소하며 날을 세웠다. 김 후보측은 “채용비리는 사실”이라며 받아쳤다. 부정채용 의혹과 고소·고발은 선거운동 분위기를 집어삼켰다.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분석이 제각각이다. 선거 중 고소·고발전으로 한국노총 치부를 드러낸 것에 대한 반발도, 채용비리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분위기가 모두 감지된다.
“내가 윤석열 정부에 맞설 적임자”
3개 후보조 한목소리 강조
선거를 시작하며 김동명 후보측은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해 윤석열 정부 노동개악 저지 투쟁에 나서게 해 달라고 호소하는 전략을 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달라는 얘기다. 김만재·이동호 후보 간의 선거연대 움직임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3개 선거대책본부는 각자가 앞서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1차 투표에서 당락이 갈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짐작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만재·이동호 후보측은 결선투표에서의 선거연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연대를 하더라도 3등으로 낙선한 후보가 받았던 지지가 결선투표에서 그대로 모아질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결선투표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17일 선거인대회는 입후보자 소개와 정견발표를 한 뒤 투표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한 시간여 진행되는 정견발표에서 후보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김만재 후보조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공안 정국을 이용해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고, 이를 저지할 수 있는 후보는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김만재-박해철 후보조임이 명확하다”며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선택을 해 달라고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김동명 후보조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시민·사회단체를 아우르는 범국민회의를 구성해 확보한 연대의 힘을 기반으로 노동개악을 막고 다가올 노동의 위기를 대비하겠다는 실천 목표를 제시했다”며 “조합원과 신뢰를 쌓아 온 김동명 후보와 공공부문 대정부 투쟁 선두에 섰던 류기섭 후보가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선거인단이 알아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호 후보조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치졸한 선거공작이 자행됐지만 한국노총을 개혁해 마련한 투쟁력으로 노동개악을 막아 내자고 호소해 왔다”며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다면 한국노총을 주인인 현장 조합원에게 돌려드리는 개혁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정남 기자 jjn@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