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 투명성을 의심하는 정부가 노동계에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제출해야 할 증빙자료 50여종의 파일명과 폴더까지 하나하나 지정해 이달 15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양대 노총은 기본적인 서류 제출 요구는 응하되, 구체적인 정보 제출 요구는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도 없는 것을 요구하고 있어 ‘명백한 월권’이라는 판단에서다.
1일 노동부는 “노조법 14조에 따른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의무 이행 여부를 15일까지 보고받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29일부터 한 달간 노조에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의무 이행 여부를 자율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자율점검 기간이 끝나자 양대 노총과 조합원수 1천명 이상 단위노조, 연합단체 334곳에 ‘점검 결과를 보고하라’고 공문을 보낸 것이다. 공문을 받은 노조는 15일까지 노동부에 점점결과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제출해야 할 증빙자료만 50여종이다. 노동부 공문을 보면 주된 사무소에 비치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진 1장과 비치 대상 11개 항목마다 표지와 내지를 1장씩 제출해야 한다. 비치 대상 서류는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의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 관련 장부와 서류(예산서, 결산서, 총수입원장 및 총지출원장, 수입 또는 지출결의서, 수입관계장부 및 증빙서, 지출관계장부 및 증빙서, 자체 회계감사 관계 서류) 등이다. 이중 8개 항목을 3년간 보존해야 하는데 역시 표지와 내지를 1장씩 제출하도록 했다.
내지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보존 대상 서류임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는 ‘명백한 월권’이라고 반발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동관계법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명백한 노동부의 월권”이라며 “내지 제출 거부 지침을 소속 조직에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빙자료 제출 근거로 들고 있는 노조법 27조는 노조에 비리 등이 발생해 행정관청에서 조사할 필요가 명백할 때 적용하는 조항인데 조합원 1천명 이상의 모든 노조에 일괄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자주성 침해이자 노동탄압이라는 주장이다.
산별노조에 1천명 이상 지부·지회 조직의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법은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의무를 노조에 부여하고 있다. 하나의 노조에 속한 지부·지회 조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른 기업별노조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산별노조에는 지부·지회에 대한 관리의무가 있기 때문에 산별노조에 지부·지회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