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왜 ‘산업전환 국민회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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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261회 작성일 23-02-07본문
국민회의, 지역국 신설 핵심 과제로 꼽아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지역소멸 위험,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는 윤석열 정부 등 노동이 마주한 복합위기 속 지난 1월 17일 한국노총의 제28대 임원(위원장-사무총장) 선거가 치러졌다. 3파전으로 치열하게 치러진 선거 결과 ‘김동명-류기섭’ 후보조가 결선 투표 끝에 한국노총의 새로운 3년을 이끌게 됐다.
불확실하기만 한 노동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김동명 위원장과 류기섭 사무총장은 후보 시절부터 핵심 사업으로 △산업전환 국민회의 구성 △사무총국 내 지역국 신설을 꼽아왔다. 윤석열 정부의 압박에는 투쟁과 대화 사이에서 명확한 대응 지점을 찾기 위해 내부 토론을 이어갈 계획이다. 선거 기간 인터뷰, 토론회와 선거인대회 발언, 당선 이후 추가 인터뷰를 통해 ‘김동명호’의 방점이 어디로 찍힐지 정리했다.
국민회의 통한 외연 확대로
사회대전환 의제·운동체 주도
사회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전환의 시기, 논의를 어떤 주체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변화의 방향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은 가칭 ‘국민회의’라는 사회적 연대체를 구성해 사회대전환 의제를 주도하고자 한다. 김동명 위원장은 “산업전환, 사회전환 과정에서 한국노총이 주도해서 의제를 넓혀야 노동자가 고립되지 않는다”며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그룹, 국민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가칭 국민회의 구성을 제안하고 앞장서겠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넓혀 조합원들의 든든한 보호막을 만들고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노동개혁을 최우선 개혁 과제로 삼은 윤석열 정부 시기에 노동의 외연 확장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동명 위원장은 “국민회의는 한국노총 27대 집행부 시기에도 사업 계획에 포함하려 했는데, 지금은 그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악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의 외연을 확대해서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 또 정부 대 노동이 직접 부딪쳐 극한 투쟁으로 가기보다 노동 이슈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폭넓게 다루는 국민회의 활동을 통해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구상 단계를 짚어봤을 때 국민회의는 사회적 대화기구라기보다 운동체적 성격이 강하다. 김동명-류기섭 후보조 캠프에서 정책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후보조 공약 설계 당시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회의가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동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국민회의에서 논의·합의된 대안은 내용 발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법화, 정책화 요구 운동 과정을 거친다. 초기엔 노동, 복지, 고용, 교육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고 중·장기적으론 사회대전환을 위한 모든 의제로 논의 내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국민회의 옆에선 한국노총의 정책자문회의, 청년자문회의, 99%상생연대가 의제 개발 등을 돕는다.
김동명 위원장은 “국민회의를 만드는 데만 목표를 두지 않고 실효성 있는 기구로 기능하게 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 사무총국 인사 단행 이후 전담기구 설정부터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고 구체화를 시켜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외연 확장을 위한 한국노총의 준비는 향후 조직화의 밑바탕이 된다.
한편 독일의 경우 탄소중립화·디지털화 등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조합, 기업, 시민단체, 관련 협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견고한 ‘동맹’을 맺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대화하는 플랫폼 ‘변화를 위한 동맹(Alliance for Transformation)’이 지난해 6월 출범했다. 변화를 위한 동맹은 대화를 통해 전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가보지 않은 전환의 길에 이정표를 꽂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회의가 열린 지난해 10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변화를 위한 동맹은 미래에 지속 가능한 번영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연대의식과 모든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사무총국 지역국 신설로
지역과 더 강하게 결합
또한 한국노총은 사무총국 내 지역국을 신설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역소멸 위기가 굉장히 큰 가운데 지역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일차적으로 고민했다. 지역소멸은 곧 지역 노동자의 삶의 질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고민 속에서 지역 정책 등을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을 중앙 사무총국에 배치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류기섭 사무총장도 “내 고향을 살리는, 일자리 창출의 구심점이 될 노사민정협의회 활성화, 지역 일자리모델 창출 등을 위한 인력과 예산을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사무총국에 지역국을 설치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과 조직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선거운동 기간에 밝힌 바 있다.
한국노총 중앙의 지역본부 지원은 현장의 요구이기도 하다. 김동명 위원장은 “지역에서 노동조합 활동은 무척 어렵다”며 “지역본부 자체 예산이 부족해 지자체에 얽매이다 보니 주체성을 잃어가고 지역 일자리도 많이 사라지는 등 활동이 어려워서 노총 차원에서 지역을 도와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했다. 광주형 일자리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를 대표한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 윤종해 의장도 “논의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글로벌 기업 현대차를 상대하기도 굉장히 버거웠다”며 “지역본부는 인력, 정책 역량 등이 열악하다. 시의 도움을 조금 받지 않으면 운영해나갈 수 없을 정도다. 내셔널 센터에서 열악한 지역본부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특히 사무총국 내 지역국 신설이 꼽힌 배경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있다. 김동명 위원장은 “중앙연구원에 어떻게 하면 지역운동을 활성화시키고 지역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하게 지역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 의뢰를 했다”며 “연구원이 설문조사, 지역 면담 등을 통해서 도출한 결과 중앙에 지역국 신설이 최우선 과제였다.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은 이후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박현미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설득력 있게 설명했고 내가 공감해서 공약화했다. 지역국 신설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했다.
박현미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자치제도 발전과 지방 분권화 추세에 따라 지역의 중요성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점점 지역의 문제를 전국적으로 같이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사실 한국노총은 주로 조직관리 측면에서 지역을 이야기했지 지역정책에 대한 고민은 많이 없었다”며 “김동명 위원장의 지역국 설치 공약은 지역에 대한 정책적 차원의 고민에서 나왔다. 김동명 위원장은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차원에서 한국노총의 역할을 잡아갈 생각이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하자면 이 두 가지 핵심 과제는 한국노총이 산업전환에서, 노동의 미래에서, 지역소멸에서의 전망을 생동하는 정부나 정치와 관계보다 현장에서 찾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동명 위원장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규약에 따라 민주적 절차를 지켰듯 정치에 끌려가지 않겠다. 정치를 주도하겠다”며 “한국노총은 당위와 정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현장과 노동자를 위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치열한 역사다. 어떤 경우에도 절대 현장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투쟁이냐, 대화냐?
내부 토론 거쳐 결정
산업전환과 지역 살리기도 중요하지만 당장 노동조합을 부패한, 개혁 대상으로 보는 윤석열 정부의 행보에도 현장은 불안하다. 지난 선거인대회에서 울산의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한 선거인은 “현 정부가 계속해서 노동을 탄압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현장이 가지는 두려움은 크다. 상대할 수 있는 크기만 가늠되도 두렵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으로 현장 노동자에게 피해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특히 작은 노동조합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전 정부에서 보지 못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노동자들 입장에선 불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동명 위원장과 류기섭 사무총장은 후보 시절 사무총국을 상시적 투쟁 대응기구로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동시에 사회적 대화를 단절하진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류기섭 사무총장은 “한국노총을 상시적 투쟁기구로 개편해서 현장을 침탈하는 노동개악 시도를 투쟁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김동명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는 노동이 싸워서 쟁취한 중요한 소통 창구이기도 하다”며 “현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어려움과 문제를 매번 투쟁으로만 해결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를 단절하지는 않겠다. 경사노위라는 틀에 얽매이지는 않지만 노동이 원하는 의제와 방식으로 사회적 대화를 좀 더 노총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지속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노총은 현장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김동명 위원장은 “현재의 노동정국을 둘러싼 현장의 걱정이 매우 크다. 현장은 노동의 자존심을 지키는 투쟁을 원한다. 또 대안을 현실화하는 대화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투쟁과 대화의 지점이 명확하게 될 때까지 내부의 토론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 같은 공약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사업화해 오는 21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사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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