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동단체와 노사관계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취지에 맞는 사업을 진행해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원사업을 앞세워 노동계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조만간 ‘2023년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 지원사업’ 공고를 낸다.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노사관계발전법),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 지원사업 운영규정에 따라 노동부는 매년 여러 가지 지원사업을 한다. 참여대상은 총연맹과 그 지역단위 본부, 산별노조와 전국규모의 산업별 단위노조, 지역·업종·직종별 단위노조, 조합원 300명 미만의 2개 이상 중소노조 등이다. 총연맹 등이 설치한 법률원·연구원 같은 비영리법인도 사업 공모 대상이다. 민주노총은 정부 지원사업 참여를 하지 않고 있기에 대부분 사업은 한국노총과 소속 비영리법인이 진행하고 있다.
노동부는 매년 12월 사업공고를 내고, 심사를 거쳐 이듬해 2월 대상자를 선정해 왔다. 올해 공고는 시기가 매우 늦은 셈이다. 예산을 앞세워 정부 노동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한국노총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노동부는 조만간 사업공고를 내되 그 내용은 손질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지원을 지원대상 사업에 올린다. 지금까지 노조간부 교육·조합원 노동조건 개선 연구사업·노조 국제교류 사업 등 노조가 비교적 자유롭게 사업을 정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사업을 수행하도록 유도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취약계층 보호를 추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정책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지원사업을 취약근로자 보호를 중심에 두고, 사업 사후 관리도 철저히 한다는 취지로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사업 대부분을 수행해 온 한국노총은 노동부의 뒤늦은 사업공고와 내용변경 추진에 의심을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부 예산은 이미 국회 승인을 받은 후 집행하는 것인데 공모 시기를 늦추고 갑작스레 내용까지 변경하려는 것은 정치적 고려를 한 행위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단기간에 사업내용을 변경하고 수행할 단체를 공모하면 날림 사업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변경되는 사업내용을 살펴본 뒤 공모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