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관련 서류의 표지·내지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과태료 부과와 현장조사를 예고한 고용노동부 방침을 두고 노정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현장조사를 거부하고 과태료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공동대응에 들어간다.
19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정부의 추가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근로감독관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불응하라는 취지의 현장대응지침을 최근 산하 조직에 내려보냈다. 노동부는 회계장부 등 서류비치·보존 의무사항에 대한 자율점검결과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불응하면 과태료 부과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서류비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도 병행한다. 회계장부 표지만 제출하고 내지를 제출하지 않거나, 아예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를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한국노총은 우선 추가자료 제출 요구는 거부하기로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조 조직분규가 있어 조정할 필요가 있거나, 노조 회계·경리 상태나 운영에 대해 지도할 필요가 있을 때만 행정관청이 노조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며 “정부가 노조 내부 운영에 법 위반 등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노조 자료의 내지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부 권한을 넘어선 부당한 요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시정사항 미이행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면 조직적으로 대응한다. 회계 서류 일체를 제출하지 않거나, 내지를 제출하지 않아 자료제출·보완요구를 받은 산하조직은 과태료 납부를 거부하고 총연맹에 신고하도록 했다. 과태료처분취소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과정에 근로감독관이 회계서류 내용과 비치 여부를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노조사무실을 찾으면 출입을 거부하라고 방침을 세웠다.
민주노총 대응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다. 자료 제출 보완 요구를 거부하고, 과태료 부과는 행정소송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총회, 회계, 노조활동 전반에 대한 내부 점검 결과를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스스로 밝힌다. 민주적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다.
노동부가 지난 15일까지 노조 회계 관련 서류를 점검한 결과 노동부가 요구한 표지·내지를 모두 제출한 노조 비율은 36.7%에 그쳤다. 점검 대상 노조 중 표지만 제출한 비율은 46.8%, 서류 일체를 제출하지 않은 비율이 16.5%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회계서류 제출 실적을 보고받은 뒤 “노조 회계 투명성이 노조개혁 출발점”이라며 이정식 노동부 장관에게 관련 대책 종합보고를 지시했다. 노동부는 미이행 노조에 대한 시정요구를 거쳐, 다음달 15일께 과태료 부과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