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를 부패집단으로 몰아가며 노동정책을 밀어붙이는 윤석열 정권에 휘둘리지 말고 노동계가 공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친노동 전문가와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 양성에 노조 재원을 과감하게 투입하라는 제안도 이어졌다.
“시대 역행 노동정책, 저지 투쟁 불가피”
한국노총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노사관계·노동시장·사회정책·산업안전·여성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정책자문단 회의를 개최했다.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수용해 총연맹의 올해 사업을 확정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권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노동정책을 펼치고 있고, 노동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저지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양대 노총을 합해 시민·사회단체와 광범위한 연대를 통해 각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노조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10년 전보다 악화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고, 이는 노동자의 다수인 미조직·비정규직·불안정 노동자 등을 기존 노조가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노동운동이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려면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노력해야 하고 이는 정부와 싸움에서 한국노총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효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양대 노총 밖의 젊은 층 노조를 포섭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세대 문제로 갈등이 불거져서는 안 된다”며 “우선 한국노총 조직 내 젊은 조합원과 소통·연대하고 의식을 높일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노조 때리기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우군을 늘기 위해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노조 회계를 내놓으라고 하면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대통령실 이전 비용 밝히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려면 산별교섭이 필요하고, 정부에 제도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한국노총 내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인력 채용을 과감히 진행하고, 장학사업을 통해 학생에게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정부의 노동정책이 국민에게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 선제적·다양한 방식으로 알리자”며 “이 과정에서 국민을 포괄하는 노동운동의 방식, 이를테면 노동회의소나 전 국민 대상 일반노조 설립 등의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 공세, 한국노총 재정립 기회로 삼을 것”
총선 방침을 빨리 수립하고 준비해 노동계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한국노총 28대 집행부는 사무총국에 지역국을 신설해 지역 노사민정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업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국 설치와 총선전략을 연계할 수 있다”며 “지역별 총선 정책을 만들어 수용하는 후보를 발굴하고 압박하는 등 총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정부는 경제 무능의 책임을 노동에 떠넘기는 등 올해 내내 노동개혁을 국정운영 지렛대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노동운동 주도권은 한국노총으로 올 수 있으니, 그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의 조언을 청취한 김동명 위원장은 “정부로부터 얻어맞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맞아도 아픔을 못 느끼는 것이 진정한 문제일 수 있다”며 “자문단과 소통을 통해 우리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겠다”고 답했다. 류기섭 사무총장은 “지금의 공세는 한국노총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한국노총에 주어진 역할과 기대치에 조금이나마 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일과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정남 기자 jjn@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