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노조설립 과정에서 하자가 있었더라도 사실심 단계에서 하자가 치유됐다면 노조로서 법적 지위가 유지된다고 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삼성화재노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48민사부(재판장 이기선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삼성화재노조가 삼성화재리본노조(옛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노조설립무효 확인 소송에서 “삼성화재리본노조와 평사원협의회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단체로서 노동조합으로서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화재노조는 2021년 7월 평사원협의회가 조직을 노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고, 노조로서 자주성·독립성이 결여돼 설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화재노조쪽은 삼성화재리본노조 설립은 노조가 설립되면 평사원협의회를 노조로 전환해 다른 노조를 무력화하라는 S그룹 노조 무력화 전략이 그대로 시행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S그룹 노사전략은 2012년 1월께 작성된 문서로 그로부터 9년 후인 2021년 설립된 피고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6조2항에 따라 총회는 재적 조합원의 과반수가 출석해야 하지만, 노조설립 과정에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고 발기인 내지 조합원들에 대한 공고·소집절차를 누락한 하자가 있었다는 삼성화재노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가 노조설립에 찬반을 묻는 설문에 3천76명이 찬성했는데, 노조설립에 동의했다고 해서 곧 노조 조합원이 됐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법원은 “(규약 개정 절차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2021년 7월1일 온라인 총회 결의를 통해 모두 치유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하자를 이유로 삼성화재리본노조의 설립 자체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설립 과정에서 규약 개정 당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해도 이후 정식 총회를 열어 규약 개정안이 의결됐다면 하자가 치유돼 노조설립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삼성화재리본노조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설립 신고를 했을 당시 서울노동청은 2021년 3월25일 규약의 하자를 지적하며 개정을 요구했고, 삼성화재리본노조는 하루 뒤인 26일 개정한 규약을 제출했다. 이를 두고 삼성화재노조는 규약 개정을 위한 총회를 열지 않았고, 열었다고 해도 조합원 의결정족수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삼성화재노조쪽은 즉시 항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