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도 업종과 무관하게 단일한 액수가 반영된다. 노동자위원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으로 1만2천210원을 제시했지만 사용자위원은 최초 제시안을 가져오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식)는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 7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표결에 붙인 결과 부결됐다. 27일 예정된 8차 전원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수준 논의가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이날 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미만율을 이유로 숙박음식업, 체인화 편의점업, 택시운송업 3개 업종의 구분적용을 재차 주장했다. 숙박음식업의 경우 세세분류상 호텔업·휴양콘도·기관 구내식당업을 제외하자고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노동자위원쪽은 그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관련한 연구용역 결과 성별 임금격차, 차등적용 업종의 낙인효과, 업종별 생산성의 차이 등을 이유로 업종별 차등적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사용자위원이 무리한 주장을 한다고 비판했다.

논의가 공전하자 한 공익위원은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던 점과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노사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표결에 붙였다. 결과는 반대 15표, 찬성 11표였다.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공백으로 노동자위원 반대표가 하나 빠진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표결(반대 16표, 찬성 11표) 결과와 동일하다.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 구분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 4조1항의 개정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1988년 이후 매년 최저임금위에서 논란이 됐지만, 한 번도 시행되지 못했다.

노동자위원 공석 문제는 뇌관으로 남았다. 노동부는 김준영 사무처장과 동일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만재 위원장을 노동자위원 후보로 제청할 수 없다며 새 노동자위원 추천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노총은 김만재 위원장을 고수하고 있다. 표결 직전까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기섭 사무총장은 이날 전원회의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불구속 상태에 있어서 위촉 저해될 사유 없다고 판단한다”며 “(김준영 사무처장의 자진)사퇴서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상적 교체 과정을 밟지 않고 강제 해촉한 것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8차 전원회의는 27일 열린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기간은 6월29일까지다.

내년 최저임금, 노동계 “1만2천210원”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이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2천210원을 제시했다. 월로 환산하면 255만1천89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9천620원 대비 26.9%를 인상한 안이다.

노동자위원은 22일 오후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를 앞두고 고용노동부 1층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요구안을 공개했다. 앞서 노동계가 밝힌 1만2천원보다 높은 금액이다.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고 실질임금이 대폭 삭감되는 상황에서 분배지수가 악화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올해 1분기 근로소득의 경우 소득이 낮은 1분위는 1년 전 대비 1.5% 감소했지만 소득 5분위는 11.7% 상승했다. 불평등도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1만2천210원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자료로 제공하는 실태생계비 자료 대신 가구규모별 적정생계비를 적용해 구했다. 비혼·단신 노동자 기준 실태생계비 자료만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내년이면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체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상황도 고려됐다. 연 2천500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올해 최저임금 6%가 인상돼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임금 인상률은 0.3%에 불가하다는 조사 결과(2019년, 한국노총)를 제시했다.

이날 노동자위원은 △가구생계비 반영 △최저임금법상 사업 종류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조항 삭제 △플랫폼 노동자 실태조사와 연구를 통한 최저임금 사각지대 해소와 적용 방안 마련 등 최저임금 제도개선 방안도 함께 요구했다.